“成회장, 자살 직전 금품전달 일일이 확인해 적어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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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수사 급물살]검찰, 핵심증거 확보 총력전

‘메모, 장부, 수첩, 매일기록부, 비망록…’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의 정치권 돈 전달 주장을 뒷받침할 별도의 증거를 남겼을까. 평소 꼼꼼한 성 회장의 스타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며칠 새 갖가지 ‘장부’에 관한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14일 경남기업 핵심 인사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성 회장은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측근을 대동하고 과거 금품 전달에 관여됐던 인사들을 만나러 다녔다고 한다. 성 회장이 이들을 만나 확인하면 측근이 그 내용을 상세히 받아 적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6일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사이에 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하도록 했다는 윤모 씨를 성 회장이 만나 확인한 것도 7일이다. 윤 씨는 “성 회장이 확인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성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하지 않았다.

‘장부’가 존재한다면 이 사흘 동안 복기해 정리했다는 ‘메모’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개된 ‘8명 리스트’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메모가 존재할 수도 있다. 문제의 ‘사흘’은 성 회장이 유력 인사들에게 구명(救命) 청탁을 하던 때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보험용’이거나 ‘자폭용’이었다는 얘기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 임직원 간 대책회의 녹음파일에는 “내가 들어가면(구속되면) 이런 뜻을 이야기를 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장부’ 존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 회장이 과거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어 이런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성 회장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성 회장은 장부가 검찰에게 넘어가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다는 점을 과거 수사 당시 배웠을 것”이라며 “금품 전달도 증거나 증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대부분 직접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의 변호사 등을 통해 공개된 ‘수첩’ ‘비망록’ ‘매일 기록부’ ‘일정표’ 등도 있지만 모두 수사 주요 단서나 증거가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 회장의 일정표에는 성 회장이 2013년 이후 1년 8개월여 동안 이완구 국무총리를 23차례 만난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표는 모두 A4용지 1000여 장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종 의원 18회, 서병수 부산시장 10회,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6회, 유정복 인천시장 4회,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1회 각각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록만으로 성 회장이 이들을 실제 만났는지는 확실하진 않다. 또 설령 이들을 만났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수사의 단서가 되기 힘들다. 게다가 이 같은 ‘빡빡한’ 일정표는 성 회장이 분식회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자신은 정치에 전념하느라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증거로 제출하려 했다는 게 성 회장 측 변호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이 대부분 성 회장과의 친분설을 강력 부인해 온 터라 거짓말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건희 becom@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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