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수사 급물살]
로펌서 “회견이 형량 영향주나” 회의 이후 동생 만나 “나한텐 명예가 중요”
밤 10시반까지 측근과 마지막 회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날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 회장은 7일 밤 12시 직전 아들 승훈 씨와 오병주 변호사를 서울 청담동 자택으로 불러 심야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승훈 씨는 한모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성 회장 측은 한 전 부사장을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이튿날(8일) 오전 10시경 기자들에게 4시간 뒤인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측근들이 한사코 만류했지만 성 회장은 기자회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성 회장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40분여 동안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직후엔 회견장 옆방에서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 등과 30여 분 동안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원망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이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한 법무법인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변호사들과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한 회의를 1시간 30분 정도 가졌다. 성 회장은 “기자회견이 형량에 영향을 미치나”라고 물으며 파장을 염려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 등 최측근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은 회의를 마치고 오후 5시 40분경 법무법인 사무실 건물 1층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막냇동생(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성 회장은 “내 이름 석자가 중요하다”, “나한텐 명예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후 8시 30분경 서울 모처에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나 냉면을 함께 먹으며 “세상이 야박하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그러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으로 이동해 박 전 상무, 이 부장 등과 변론을 위한 마지막 회의를 했다. 성 회장의 변호사는 오후 10시경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한 변론의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최후의 순간까지 누군가와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이 측근들과의 마지막 회의를 마친 8일 오후 10시 30분경부터 청담동 자택을 나선 9일 오전 5시 10분경까지의 행적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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