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무총리(후보자)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완구 총리가 20일 취임 63일째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5명의 총리 또는 후보자 중 4명이 중도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홍원 총리도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했지만 후임인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어정쩡하게 유임된 경우다. 후보자 3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 24일 당선자 시절 첫 총리후보자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문제와 투기 논란이 거세게 일자 지명된 지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2월 26일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취임해 순항하는 듯했던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 후 부실대응 책임을 지고 지난해 4월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조건부로 사의를 수용하고 5월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은 변호사시절 고액 수입 및 전관예우 논란으로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다음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2011년 한 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이 공개되며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끝에 2주 만에 ‘자의반 타의반’ 사퇴의 길을 걸었다.
총리 후보자들의 연쇄 낙마로 결국 2014년 6월 26일 박 대통령은 정 전 총리를 사의표명 60일 만에 유임하겠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정 전 총리는 ‘불멸의 총리’, ‘뫼비우스(순환한다는 취지)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 전 총리의 후임으로 2월 26일 임명된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었지만 취임 이후 ‘부패와의 전쟁’ 등 사정드라이브를 걸며 힘 있게 국정운영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이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이어진 거짓말 해명 논란의 와중에 낙마하고 말았다.
여섯 번째 총리 후보자를 내놓아야 하는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총리 공포 증후군’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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