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자살 전날 밤 만난 사람 찾아라”… 檢, 호텔CCTV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李총리 사의표명 이후/成게이트 수사]검사 등 40여명 투입 13곳 압수수색

검찰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따로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제3의 ‘비밀 장부’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1일 하루 동안 40여 명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해 13곳에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달 경남기업 수사 착수 이후 세 번째 압수수색이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번이 진짜 압수수색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 ‘제3의 비밀장부’ 찾기 위한 대규모 압수수색

특별수사팀은 이날 이번 사건의 첫 번째 핵심 참고인으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를 소환하고 그의 자택을 15일에 이어 다시 압수수색했다. 박 전 상무가 몸담았던 대아건설 대원건설도 다시 압수수색했고, 성 회장의 장남이 사는 서울 강남구 자택과 차량도 압수수색했다.

가장 눈에 띄는 압수수색 장소는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이다. 검찰은 이곳에서 8일 오후 6시∼9일 오전 1시의 폐쇄회로(CC)TV 기록과 호텔 내 카페, 레스토랑 예약 장부 등을 확보했다. 자살 전날 밤 성 회장이 이곳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성 회장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리베라호텔은 성 회장이 평소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곳이어서 다른 정·관계 인사에게도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다.

특히 검찰은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오후 11시 이곳에 들러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성 회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모종의 비밀 자료를 맡겨 놓았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성 회장 장남이나 박 전 상무 등은 한결같이 “장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측근과 지인들은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과거에 돈을 건네는 데 관여한 사람들을 찾아가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했다”고 증언해왔다. 검찰은 이런 진술과 풍문, 조사결과를 토대로 성 회장이 제3의 자료를 남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장소를 선별해 샅샅이 뒤진 것으로 보인다.

최측근 검찰 출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오후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측근 검찰 출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오후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검찰, 성 회장 측근들 압박 나서

성 회장 측 핵심 인사들의 대응도 달라졌다. 그동안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 “장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얘기해왔던 박 전 상무는 이날 검찰의 3차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당초 예정됐던 오전 10시 반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전 9시경 경기 고양시 자택을 나선 뒤 갑자기 차를 돌려 경남기업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한 법무법인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법률 자문을 한 뒤 변호사와 함께 낮 12시 반경 검찰청사에 나타났다. 박 전 상무는 전날 경남기업 직원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는 보고도 받은 상태였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경남기업 직원을 체포해 조사해 놓은 상태에서 박 전 상무를 불렀고, 모든 걸 (박 전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옭아 넣으려고) 세팅해 놓은 상태에서 조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상무는 옛 민주당 조배숙 전 의원 보좌관과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 비서로 일한 적이 있다. 정치권을 떠나 경남기업으로 온 이후엔 성 회장을 12년 이상 보좌했다.

검찰은 15일 경남기업 압수수색 직전 회사 CCTV를 끄고 문서를 파쇄하는 등 일련의 증거 인멸 행위를 지휘한 인물로 박 전 상무를 지목하고 가장 먼저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상무는 21일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며, 윤모 전 부사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할 1억 원을 받아갔다는 얘기만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증거 인멸에 대한 고강도 조사와 성 회장 측근들의 자금 추적을 재개한 것은 이들을 압박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협조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우열 dnsp@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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