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檢 전방위 수사]
“아들 집 한채 못사줘 미안” 토로
자택 나선뒤 운전기사 전화 안받아… “데리러 올것 없다” 마지막 문자 남겨
‘먼저 가서 못난 아빠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사진)이 9일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서면서 남겨놓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유서는 ‘경남기업 전결규정’이 담겨 있던 A4용지 3장짜리 서류의 맨 마지막 장 뒷면에 볼펜으로 적혀 있었다.
전결규정은 성 회장이 이날 오전에 예정돼 있던 영장실질심사에서 ‘회사 자금 횡령은 한모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이 주도해 잘 몰랐다’고 법원에 소명하기 위해 출력해 뒀다고 한다. 당초 구속을 피하려 준비했던 서류가 자살을 결심하면서 필요 없게 되자 그 뒷면에 유서를 적은 것이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21일 성 회장의 장남 승훈 씨에게서 이 유서를 임의 제출 받았다. 성 회장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비밀장부’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서에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복수’나 ‘비밀장부’ 등에 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를 본 성 회장의 지인은 “유서에는 정치권 금품 제공 등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고 대부분 가족들에 대한 당부와 미안함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성 회장은 장남 승훈 씨에게 “아들에게 집 한 채 못 사줘서 미안하다” “(뒷일은) 삼촌들(성 회장 친동생들)과 잘 상의해라” “동생 잘 챙겨라” “서산장학재단 잘 챙겨 달라” “장례는 검소하게 치러라” “어머니 묘소 곁에 묻어 달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며느리(승훈 씨 아내)와 오순도순 잘 살라는 당부도 담겨 있다고 한다.
성 회장이 갖고 있던 휴대전화의 마지막 사용 기록도 확인됐다. 성 회장은 자신에게 전화를 건 운전기사 여모 씨에게 “데리러 올 필요 없다”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것이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마지막 교신 기록이었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원에 자신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성 회장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의 첫 압수수색 이후 직원 명의로 된 차명폰 2대를 사용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9일 오전 6시부터 48분여 동안 이뤄진 경향신문 기자와의 인터뷰가 마지막으로 ‘연결된’ 통화였다. 이 통화 이후 운전기사 여 씨가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고 문자로만 답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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