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귀국 이후]
이완구 총리 취임 69일만에 하차
“진실 밝혀질 것”… 끝까지 결백 강조, 10분 이임식 끝낸 뒤 결국 눈물
이완구 국무총리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10여 분간의 이임식을 마치고 떠나기 위해 차를 타려던 순간이었다. 직원들이 박수를 치자 나지막한 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유탄을 맞아 69일 만에 사퇴하면서 만감이 교차한 듯했다.
이임식 사회는 역대 첫 여성 의정관인 행정자치부 김혜영 의정관이 맡았다. 임명 당시 주목을 받았던 김 의정관은 첫 행사로 총리 이임식을 주관하게 됐다.
이 총리의 이임사는 600자 남짓이었다. 사의 표명 후 말을 아껴 왔던 이 총리의 이임사는 간명했다. 이임식에 참석하기 직전 청사 앞에서 기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대통령에게서) 따로 연락을 받았느냐”고 묻자 “나중에 얘기하겠다”고만 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임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을 2차례 했다. 이 총리는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 두고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백(餘白)’이란 화두를 꺼내들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의혹을 염두에 둔 듯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했다. 총리직을 뗐으니 앞으로 본격화될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리는 이임사를 마친 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장관 16명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당분간 총리 직무대행은 최 부총리가 맡는다. 28일 국무회의도 최 부총리가 주재한다.
이 총리는 김종필 전 총리를 잇는 ‘충청권 맹주’를 자처했다. 총리에 취임할 때는 주변에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 뜻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런 이 총리가 내년 20대 총선에서 당장 새누리당 공천장 받기도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 총리가 이제 검찰과 벌일 힘겨운 신경전 결과에 따라 정치 재기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이 총리는 이임식이 끝난 직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뒤 2, 3일간 입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피로 누적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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