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내년 예산 요구를 접수하기도 전에 해외자원개발, 공공근로 등 100개 이상의 구조조정 대상 사업을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을 줄여 재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지만 주무 부처와의 협의 없이 분야별 축소대상 수를 임의로 정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기재부 예산실은 지난달 말 부처 사업 예산을 담당하는 16개 과별로 10개 안팎의 구조조정 대상 사업을 발굴하도록 해 100개 이상의 사업을 골라냈다.
예산실은 구조조정 유형으로 △기존 사업 중 중단할 사업 △재정 투입 규모를 50% 이상 줄일 사업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규모를 줄일 사업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 작업이 비효율적인 사업의 덩치를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반 토막 사업 발굴 프로젝트’로 불린다.
구조조정 대상 선정 결과 중단하거나 재정 규모를 깎을 사업으로는 공공근로, 해외자원개발, BK21플러스사업, 연구개발(R&D) 관련 지방대 지원 사업 등이 꼽혔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채용 확대, 공공근로사업 등은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돼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 해당부처와 상의없이 중단-감액 추진 논란 ▼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정부가 개발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출자 방식’과 돈을 빌려주는 ‘융자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이 두 분야에 대한 지출을 모두 삭감하기로 했다.
지방대 R&D 지원 사업 예산도 올해 1040억 원에서 내년에 950억 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후 재검토 사업의 경우 일단 중기재정운영계획에는 반영되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50% 이상 규모를 줄일 수 있는 프로젝트들로 채워졌다.
아울러 기재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과제, 국정 과제, 지역 공약 관련 사업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사업 규모를 증액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3가지 이외의 분야에서 사업비를 늘리려면 다른 사업의 지출을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 방안도 해당 부처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재부가 내년 예산 요구를 접수하기 전부터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재정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재정 여건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세수가 계획보다 10조9000억 원 덜 걷힌 데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연금충당 부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이어서 기재부로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넉넉하게 편성했던 예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기재부 내부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예산안 심의와 편성이 빡빡하게 진행되면서 수혜 대상자, 예산 요구 부처, 기재부, 정치권 등 이해 관계자들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재부 당국자는 “구조조정 후보 리스트를 참고해 예산 요구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인 부처에는 ‘당근’을 주고 비효율적인 부처에는 ‘채찍’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조정 기준과 관련해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거나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력이 약한 사업부터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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