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처럼 침투하려다…” 왜 훈련규정과 달리 저수지에 들어갔나

“실전처럼 적진에 침투하려다, 그만…”

28일 오후 2시 광주 광산구 도덕동 지동저수지. A 소위 등 교육장교 5명이 저수지 건너편 적진에 침투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저수지 주변에는 적군 역할을 하는 같은 교육장교 50여명이 매복해 있었다. 침투는 A 소위 등 2개조 장교 10여명이 맡았다. A 소위의 조 5명은 땅을 통해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겠다고 교관 2명에게 보고했다. 침투훈련은 1주일간 진행되는 국지도발 대비 작전훈련 중 하나다.

A 소위 등 5명은 가상적군에 발각되지 않고 침투하는 것을 고민했다. 보고한 침투 루트가 땅이었지만 저수지를 헤엄쳐 가는 것을 생각해냈다. A 소위 조원 5명 가운데 4명이 인명구조사 자격을 소지하고 있었다.

A 소위 조의 팀원인 이모 소위(23)와 고모 소위(25)는 저수지 침투에 선두에 섰다. 이 소위 등 2명은 저수지 중간 정도까지 헤엄치다 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뒤따라 침투를 하던 A 소위 등 3명은 위기상황에 빠진 이 소위 등 2명을 구하려했으나 힘에 부쳤다. 전투복, 전투화, K1소총 등 착용했던 군장은 너무 버거운 짐이었다.

A 소위 등 3명은 땅으로 돌아와 군장을 벗은 뒤 저수지로 다시 뛰어들었다. 애타는 마음으로 잠수 수색을 했으나 물이 흐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주 광산소방서 박용희 팀장 등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A 소위 등 10여명이 장비도 없이 잠수를 하며 저수지 바닥을 뒤지고 있었다.
박 팀장은 추가 사고를 우려해 A 소위 등 10여명을 철수시켰다. 이후 잠수장비를 착용한 119구조대원이 저수지 70m의 2/3 지점, 수심 4m 깊이에서 이 소위 등 2명을 1시간 만에 구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남 함평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군 당국은 29일 이 소위 등 2명의 빈소를 함평 국군통합병원에 마련했다. 장례식은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군이 사전안전조치를 충분하기 하지 않았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 소위 등이 침투훈련을 하다 익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저수지에서 분실했던 K1소총 2정도 회수했다.

초급장교 훈련은 일정점수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이들이 성적 때문에 저수지 침투를 감행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군 관계자 설명이다. 오히려 이들이 훈련을 지나치게 실전처럼 하려다 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