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오전 만나 쟁점이 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 표현을 명기하지 않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여야 협상이 순항하는 듯했으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 표현을 반드시 명기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문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게 된 핵심 중 핵심”이라며 버티자 협상판은 크게 흔들렸다.
야당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자 새누리당도 급박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1시간 정도 미뤄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 내에는 “어떻게든 공무원연금 개혁안만은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기류가 강했다. 의총에서도 소속 의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당초 여당안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는 내용을 적극 알렸다. 원만한 국회 표결을 주문했고, 의원들도 호응했다.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다급해진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밖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담판을 시도했다. 두 사람은 사회적 기구 구성안의 부칙에 첨부 서류를 만들어 ‘재정절감분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를 넣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낸 중재안이었다. 이제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왔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협상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문 대표를 겨냥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설득해 합의한 걸 지키려고 노력해야지 당내에서 욕먹기 싫어서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로운 요구를 걸고 나오는 게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냐”며 “당내에서 욕먹을 게 겁나면 정치를 안 해야 한다. 당 대표도 하지 마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2일 합의문에는 없던 표현을 명기하자고 들고나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오후 6시경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오후 7시경 의원총회를 다시 열었다. 야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했지만 격론 끝에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환급이 핵심인) 소득세법 개정안이라도 오늘 꼭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법안 이외에 다른 법안 처리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막판 표결 가능성에 대비해 본회의장을 지켰으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여야 지도부는 상대방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을) 못 하겠다고 해 본회의는 끝났다”며 “자꾸 부칙이니 뭐니 들고 오는 건 정말 신사답지 못하고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도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며 “국민 앞에서 야당과 함께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여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 13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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