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창설 이후 최초로 여성의 이름을 딴 잠수함(유관순함·1800t)이 최근 진수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해군함정의 명명 방법과 기준 때문이기도 했다.
1945년 해군 창설 이후 최초의 해군 함명은 1946년 10월 해방병단(해군의 전신)이 미국 해군으로부터 인수한 상륙정 2척에 수도의 이름을 붙인 ‘서울정(艇)’이었다.
이후 도입된 함정의 종류와 규모, 임무에 따라 도시와 산, 강, 만(灣), 해전의 이름을 붙였다. 인물의 이름이 명명된 것은 1990년대부터. 한국형 구축함과 잠수함 등에 국가안보와 조국독립, 해군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의 이름이 붙여졌다.
해군의 대표 전력인 구축함에는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 충무공 이순신 등 역사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왕이나 외침을 물리친 장수, 호국인물의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우리 민족 간의 전투에서 승리한 장수 이름은 배제된다.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을 함명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잠수함에는 해군 창설 주역인 손원일 제독을 비롯해 김좌진, 윤봉길, 안중근 등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상륙함에는 영해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섬이나 지명도가 높은 산봉우리의 이름이 사용된다. 독도함(1만 4000t)과 고준봉함(4200t) 등이다. 또 호위함에는 도나 광역시 도청 소재지, 초계함은 시 단위급 중소도시의 지명(울산함, 서울함, 수원함)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작은 전투함정인 고속정에는 해군 함정 중 유일하게 ‘참수리’라는 새 이름을 쓰고 있다. 아울러 유도탄 고속함에는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때 북한경비정과 교전 도중 산화한 윤영하 소령 등 6명의 전사자 이름이 명명됐다.
‘동명이인’ 함정도 있다. 209급(1200t) 잠수함인 이순신함과 한국형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함은 임진왜란 때 함께 왜적을 물리친 동명이인의 이름을 각각 따온 것이다.
미 해군 함정은 대통령 등 유명한 정치인이나 장군 이름, 격전지 지명을 활용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43대)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41대)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과 6·25전쟁 당시 미 해병1사단과 중공군이 혈전을 벌인 ‘장진호 전투’에서 따온 초신함이라는 순양함이 그 사례다. ‘초신(Chosin)’은 함경남도 장진의 일본식 발음을 영어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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