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에 발목 잡힌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정청래 좌충우돌… 동교동계 연일 사퇴압박…
주승용 “최고위원직 복귀 안해”… 막말 정청래, 이번엔 박주선 비판
文, 원탁회의 추진… 봉합 미지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렸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후폭풍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을 계기로 대여(對與) 강공에 나서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불씨를 잡지 못한 것이다.

당장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주 최고위원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직에) 복귀하는 일은 없다”며 “문 대표나 정 최고위원의 사과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복귀하는 순간 (사퇴가) ‘공갈’이 되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또 “문 대표가 물러나거나, 물러나지 않는다면 ‘친노(친노무현) 계파 패권주의 청산’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에 와 보니 열이면 열 명 모두 사퇴를 잘했다고 한다”며 “나는 호남 민심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유일한 호남 지역(전남 여수을) 의원이다. 또 정 최고위원을 겨냥해 “2012년 총선에서도 김용민 씨의 발언 논란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이 많지 않냐”며 “지도부에 몸담고 있는 정 의원의 발언이 총선 정국에서 나왔으면 어떻게 됐겠느냐”고도 했다.

당내에선 문 대표가 직접 여수를 찾아 주 최고위원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표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주 최고위원이 휴대전화를 꺼 놓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8일 이후) 3일 동안 문 대표로부터 전화 한 번, 문자메시지 한 통 온 게 전부”라고 했다.

‘공갈’ 발언의 장본인인 정 최고위원은 10일에도 동료 의원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을 겨냥해 “지난 총선 경선 과정에서 본인 지역구에서 사람까지 죽었고, 대선 때는 박근혜 지지하려고 했던 분 아니십니까?”라며 “요즘 분열과 분란의 언어를 자주 사용하시던데요. 좀 자제해 주십시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이날 밤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는 불참했다. 정 최고위원의 사과를 이끌어내려던 문 대표의 계획도 틀어졌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걸핏하면 내지르고, 그 후에 (최고위에) 불참하는 식은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최고위에서 문 대표는 “나부터 이 문제의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갈등 수습을 위해 당 원로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동교동계는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9일 정대철 상임고문과 만나 ‘문 대표 책임론’을 논의했다. 정 고문은 “선거 결과에 대해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상임고문단이 조만간 모여 문 대표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비노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당의 통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문 대표가 오히려 위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며 “갈등을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문 대표의 정치력과 지도력에도 회의론이 확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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