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우호적인 선거 지형에도 불구하고 전패했다. 문제는 선거 패배가 연속적으로 일어나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요 정당은 선거정당이다. 선거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스가 말한 바와 같이 선거정당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이념 계급 지역을 초월해 중간지대 유권자를 끌어들인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2012년 대선 패배 이래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선거정당이 연패하면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내부 파열음이 시작된다.
재·보선 패배 이후 친노, 비노 간에 드러난 갈등의 민낯, 최고위원회에서의 추태, 문재인 대표 사퇴 요구에 이어 제3정당 건설론으로까지 이어지는 내부 분열상은 선거에서 연패한 정당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4석이 걸린 미니 재·보선에서 패배한 정당에서 내부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연전연패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당으로 구조화되고 있지 않나 하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점에서 건강성이 있다. 파열음이 폭발한 시점도 총선 1년 전이어서 새정치연합은 자기개혁을 할 시간을 벌었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해야 할 일은 적당히 내부갈등을 봉합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민에게 다시 지지해 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고 과거 승리의 기억을 복기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개혁이다.
새정치연합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바꾸는 환골(換骨) 수술을 해야 할 부분은 첫째, 지역주의와 계급 기득권이다. 여전히 한국 선거는 지역을 중심으로 치러진다. 새정치연합이 전국 규모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지역 격전장인 수도권과 충청을 장악해야 한다. 그렇다고 광주와 호남의 표를 주어진 것으로 보면 필패이다. 해답은 전국정당이다. 새정치연합은 정규 조직노동자 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실업에 분노하는 앵그리(angry)세대를 보듬어야 한다. 동시에 고령화로 젊은 세대보다 많아진 노인세대의 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념적으로 다르다고 적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호소하는 실용정당이 돼야 한다.
둘째,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웰빙 정당으로, 소속 의원들은 생계형 의원에 안주하는 체질로 바뀌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한다. 지지자들은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워주는 반대당(opposition party)이 돼 주기를 원하고 미래에 자신들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대안정당이 돼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은 승리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탈태(奪胎)의 개혁을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모태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진보정권 10년을 연 김대중과 노무현의 선거정치 정신이다. 김대중 정신은 DJP 연합을 통해 충청을 껴안아 선거다수를 만들어 한국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통합의 정치이고, 노무현 정신은 정몽준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김대중 때보다 더 큰 표 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통합의 정치이다. 김대중과 연합한 JP나, 노무현과 연합한 정몽준이 지역기반뿐만 아니라 이념과 계급에서도 한나라당에 더 가까웠는데도 김대중과 노무현은 그들과 선거연합을 만들어냈다.
정체성에 기반을 둔 이념정당은 뺄셈의 정치를 하나 선거정당은 항상 덧셈의 정치를 한다.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연합, 정책연합, 계급연대를 통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다는 통합의 정신이다. 새정치연합 지도자와 당원들은 친노, 비노로 갈라져 더이상 뺄셈의 정치를 하지 말고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서 분열을 치유하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에서 통합의 정치만 가져와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