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심병사와 군기 無대책 드러낸 예비군부대 총기 난사

어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최모 씨가 K-2 소총을 난사해 예비군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최 씨는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지난해 6월 동부전선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예비군 부대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예비군 부대의 총기 난사 사건은 처음이다. 가족 중에 예비군을 두고 있는 국민은 최전방에서나 이런 사고가 벌어지는 줄 알았다가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의 한 예비군 연대다. 최 씨는 부대 사격장에서 예비군 200여 명과 사격훈련을 하던 중 1발을 표적지를 향해 발사한 뒤 일어서 다른 예비군들을 향해 7발을 난사했다. 그는 현역 병사 시절에 우울증 치료를 받은 B급(중점관리) 관심병사였다. 이로 인해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 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밝혀 계획적인 범행이었음을 드러냈다. 특별관리가 필요한 예비군 관심병사에게 안전대책 없이 사격훈련에 참가시킨 현행 예비군 제도는 문제가 많은 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예비군 1명당 실탄 10발을 지급해 20개 사로(射路)에서 실시된 사격훈련 당시 장교 3명이 통제하고 3, 4개 사로마다 1명씩 현역병 6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총기 난사 사고를 방지하려면 사로마다 현역병을 1명씩 배치해 예비군이 총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통제했어야 한다. 군 당국은 그런 규정이 없는 데다 예비군 부대를 관리하는 현역병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지휘 감독을 한 현역 장교들이 사격 전 예비훈련과 안전사고 방지 규정을 지켰는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사격훈련은 인명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엄격한 군기가 적용되고 있다. 총구를 전방 타깃이 아니라 옆이나 뒤쪽의 사람 방향으로 돌리면 바로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 군기는 현역병이 예비군을 “선배님”이라고 부를 만큼 느슨하다. 사격 훈련장에서 현역과 예비군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가 관심병사 전력자에 대한 대책 부재와 함께 예비군들에 대한 느슨한 훈련 군기가 겹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현장 지휘관에게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