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청래, 자숙 필요” 직무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3시 00분


[갈등 휩싸인 여야]
내분 번진 막말파문 불끄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 전원을 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 전원을 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우여곡절 끝에 ‘공갈 막말 파문’의 장본인인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 대한 출석정지를 결정했다. 사실상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조치였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도력 부재를 드러냈다.

○ 문 대표, 정청래 ‘자숙’ ‘출석정지’ 오락가락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논의는 12일 열린 심야 최고위원회의 때 본격화됐다. 최고위원들 다수는 정 최고위원이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해야 하며, 당 차원에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 30분경 일부 최고위원에게 전화해 “정 최고위원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13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사전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최고위원의 출석정지 조치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공개 발언을 자제하되 회의에는 참석하겠다”며 문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문 대표는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정 최고위원에게 당분간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동의했다”는 선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정 최고위원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술 더 떠 정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최고위원회의에 계속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최고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거친 끝에 정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를 ‘출석정지’로 최종 확정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5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반경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고 했다.

○ 비노 “정청래 출당해야”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직무정지를 시작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 설득 △쇄신책 발표의 ‘3단계 플랜’을 통해 당내 갈등을 수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한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에 주 최고위원을 복귀시키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는 것.

그러나 주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됐다”며 사퇴 의사를 접지 않았다. 그는 “문 대표는 친노(친노무현)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유령이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라며 “문 대표가 이제 비노(비노무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하는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가) 개혁과 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2주가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없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비노가 주축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도 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문 대표라면 손학규 전 대표처럼 책임을 지고 자리를 비웠을 것이다” “순수하기만 한 사슴은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당 중앙위원회에 당 대표와 지도부의 재신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신 문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을 공정하게 하겠다”고만 해 민집모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한 의원은 “우리가 총선 공천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 지분이니 뭐니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혜림 beh@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정청래#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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