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6, 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여야가 2일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부정적이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보험료 부담이 2배 가까이로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그 혜택은 노령층이 누리고 그 부담은 청년세대가 두고두고 지게 된다. 안 그래도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 또는 5포(내집마련, 인간관계 추가 포기) 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가 노령층을 위한 보험료 부담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가 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연금’ 50% 집착해 2030 이반
갤럽 조사에서 야당의 지지 기반이던 30대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2주 전의 44%에서 35%로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이념적 보수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새정치연합이 우군으로 여겼던 2030세대가 연금처럼 미래의 생활과 직결된 정책으로 인해 야권 지지 대열에서 이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이야말로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부터 우선 통과시키자는 새누리당에 강력한 태클을 걸고 있다.
문 대표가 국민연금 인상에 집착하는 것은 50대와 60대 이상의 장·노년층에 후한 국민연금 혜택을 베풀어 취약한 지지 기반을 넓혀 보겠다는 ‘친노(親老)’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노년층에서는 “아들 손자 세대의 부담으로 내 국민연금을 더 받는 ‘세대 간 도둑질’은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들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올라갈 기미도 별로 없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더라도 보험료는 9%에서 10.01%로 1%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60년까지 적립금을 다 털어먹고 이후에는 부과식으로 바꾼다면 1%포인트만 올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적립금은 한 푼도 없이 그해 걷어 그해 주는 부과식으로 바뀌고 보험료는 무려 25.3%를 내야만 연금을 줄 수 있게 된다. 월급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적립금을 유지한다 해도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지금의 9%에서 16.69%로 올려야 한다. 미래세대에 보험료 폭탄을 던지는 정책을 공적연금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화한 이념세력이다. 집권을 꿈꾼다는 제1야당의 대표가 그런 세력들에 포획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문 대표가 이들과 뿌리를 함께하는 486운동권 출신의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에 붙들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지난 이념세력서 벗어나야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최근 민주정책연구원 특강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386세대가 기득권이 되고 시대정신을 실종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일침을 가했다. 새정치연합이 청년 일자리를 66만 개 늘려줄 9개 경제활성화법안에 대해 ‘의료 민영화 음모’ 운운하며 발목을 잡는 것도 철지난 좌파 이념을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당 안팎의 수구세력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을 배회하는 이념의 유령들에 둘러싸여 노년층에 배척당하고 청년층마저 등질 것인가? 아니면 생산적 복지라는 ‘제3의 길’을 통해 18년의 보수당 집권을 종식시킨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같은 길을 갈 것인가. 결국 문 대표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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