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갈등만 더 키워서야 黨혁신기구 무슨 소용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0시 00분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선거 책임론’을 놓고 당내에서 갈등을 벌이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문 대표가 이런 말을 꺼낸 속뜻은 그제 발표하려다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의 만류로 보류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 글은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과거 정치이고,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해 당을 분열로 몰아가면 그건 기득권 정치”라며 새정치연합 내 동교동계와 비(非)노 진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 대표 주장대로 당내 일부 비판세력 가운데는 내년 총선거 공천의 지분을 염두에 두고 당 지도부를 흔들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동교동계 일각에서 6 대 4의 당 운영 원칙을 언급한 것도 문 대표에게 그런 빌미를 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안팎에선 4·29 재·보선에서 0 대 4의 전패를 당한 이후 당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런 타당성 있는 요구를 문 대표가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한 음모’ ‘종북몰이와 다름없는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당 대표로서 균형감 있는 자세가 아니다. 문 대표야말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패권적 논리에 사로잡혀 야당 지지자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가상 양자(兩者) 대결에 4%포인트 차로 처음 뒤졌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올해 최저인 22%까지 떨어졌다. 재·보선 이후 내부 갈등으로 당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 대표와 그를 떠받치는 친노 핵심그룹은 전체 국민보다는 일부 열성적인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새정치연합은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계파가 참여하는 당 혁신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지금 당내 분위기로 보면 혁신기구가 과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문 대표가 ‘친노족(族)이 사는 나라’에 갇혀 끝내 변화를 거부한다면 제1야당의 내분은 깊어지고 정국 운영도 순탄치 못할 것이다. 문 대표는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목표를 위해 스스로 친노를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문재인#재보궐선거#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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