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 두려움-경외감 가져… 전문가 “권위도전 절대 용납안해”
4차례 방북 美농구 로드먼측… “우리와 있을 때와 태도 딴판”
“김정은은 주변 원로 엘리트들이 자신에게 말할 때는 아예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눈도 잘 맞추지 않았다.”
네 차례 방북을 하면서 김정은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한 전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 방북단이 전한 얘기다. 사석에서 김정은과 측근 원로들의 분위기는 이처럼 묘했다. 농구팬인 자신이 소년 시절부터 좋아한 로드먼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는 전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내면에 깊게 존재하고 있는 권력욕과 콤플렉스의 방증이라고 진단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5일 “사람이 상대와 눈을 잘 맞추지 않는다는 것은 그 관계가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라며 “나이 콤플렉스로 인해 원로들을 대할 때의 불신과 불안감이 반영된 무의식적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아버지 열등감(Father Complex)’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갖고 자란 김정은은 수시로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아버지 시절과 비교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버지보다 자신이 더 강한 권력자로 군림해야 한다는 욕망과 서구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로드먼 방북 당시 이중적인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아버지 때와 비교해 권위를 도전받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억압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파더 콤플렉스’의 전형이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을 넘어서려는 심리는 김정은의 옷차림에서도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나이보다 노숙해 보이는 올백 헤어스타일을 하고 지나치게 큰 검은색 계열 옷을 자주 입는 점을 지적한다. 김정일이 고수머리에 부드러운 느낌의 갈색 계열 옷을 선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곽 교수는 “의상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일종의 ‘커 보이기 패션’”이라며 “과시욕과 함께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감추려는 심리상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피의 숙청’은 보다 냉혹하고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결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극동연구소 연구교수는 “그의 광폭이 단순한 콤플렉스나 광기의 정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한 길들이기용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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