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관에 실탄-조교에 방탄복… 軍 뒷북 대책 실효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3시 00분


예비군훈련 총기사고 방지책 발표

국방부가 15일 예비군 훈련 총기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많다.

군 당국은 예비군 사격 훈련의 세부 통제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 난사 사건은 규정 미비가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규정에는 훈련 유형에 따른 사격발수와 사전연습 등 훈련 전 과정의 통제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계획이다. 훈련 규모에 따른 통제관(장교)과 조교의 편성 방법과 임무 역할도 일목요연하게 적시할 방침이다.

우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조치도 강화된다. 예비군 사격 훈련장의 조교는 신형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통제관이 실탄을 휴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많은 인명을 위협하는 가해자를 긴급히 제압하기 위해 통제관의 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현역 복무 시 문제가 있었던 예비군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최모 씨(23)는 육군 현역 복무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부대 측의 집중 관리를 받았다. 또 그는 타인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지만 군 당국은 참극을 막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예비군의 관심병사 여부 등 현역 복무기록을 해당 예비군 부대가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비군 사격장의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총기 고정장치를 안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교체하는 한편 사로(射路) 사이를 방탄유리와 같은 칸막이로 분리하고 사격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예비군의 현역 복무 자료를 예비군 부대에 제공하는 것은 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관련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타인에게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예비군 부대에서도 수백 명씩 입소하는 예비군의 현역 복무기록을 일일이 점검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사격 훈련 통제관의 실탄 휴대 방안도 모든 예비군을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본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격장의 각종 안전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작업도 빈약한 예비군 관련 예산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금일 발표한 안전대책은 국회와 일선 부대 등에서 제시한 아이디어 차원의 방안”이라며 “예산 문제 등 정책적 검토 과정을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당분간 실사격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52사단 210연대는 다음 주 실제 사격 훈련을 하는 대신 사격술 훈련(이론교육)을 할 것”이라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부대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른 예비군 훈련장들은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되 안전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로마다 조교를 1명씩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규정대로 사격을 실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방부#예비군#총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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