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작원 연계 마약 만들어주고 ‘황장엽 암살 시도’ 일당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7일 17시 09분


북한 공작원과 연계해 북한에 몰래 들어가 필로폰을 만들고 1997년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등 반북(反北) 활동가를 암살하려 한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백재명)는 최근 1990년대 북한 대남 작전부에서 활동했던 장모 씨(귀순)로부터 황 전 비서를 암살하려 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장 씨는 2009년 9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필로폰 제조업자였던 한국인 김모 씨(63)에게 “황장엽은 남한 사람도 아니니 처단을 해 달라.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은밀한 제안을 했다. 장 씨는 또 김 씨에게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탈북자 강모 씨도 살해할 것을 제안했다. 김 씨는 10여 차례 장 씨를 만나 암살 계획을 논의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암살할 테니 선수금과 착수금 각각 25만 달러와 추가 비용 50만 달러를 달라”며 암살 대가로 총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나 장 씨는 김 씨가 미덥지 못해 4만 달러만 전달했다. 김 씨는 암살을 실행할 외국인을 직접 찾아 나섰고, 황 전 비서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방송사 등을 탐문하는 등 암살 대상자들의 동선을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씨와 김 씨는 1997년 이모 씨(2004년 사망)의 소개로 북한에서의 필로폰 제조 및 판매를 계획하면서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장 씨는 김 씨의 동업자였던 황모 씨(56)와 방모 씨(68)도 알게 됐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필로폰을 만들어 줬던 사실도 확인했다. 김 씨 일당은 1998년부터 ‘단둥∼신의주’ 국제열차와 ‘부산∼나진항’ 화물선을 이용해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반응로 냉각기 원료 등을 북한으로 밀반출했다. 이들은 2000년 중국에서 북한으로 몰래 들어가 수백억 원어치에 달하는 필로폰 70kg을 만들어 북한 측과 35kg씩 나눠 가졌지만, 실제 판매는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이 마약 제조 및 판매가 어려워지자 돈을 벌기 위해 북한의 암살 지령을 수행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장 씨가 2004년 방 씨에게 “독일인 북한 인권 운동가 폴러첸을 살해해 달라”는 제안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김 씨는 2009년 국내 가스 저장소, 열병합 발전소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장 씨로부터 1000달러를 받았으며 북한 간부들에게 체지방 측정기와 안마기 등을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17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의 압수물에서 직파 간첩이 주로 소지하는 쌍안경과 국내 지도책 등을 발견하고 추가 범죄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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