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누리당의 집안 분위기는 태평성대다. 당내에 친박, 비박, 친이가 뒤섞여 있고 각기 모임도 갖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집밖으로 새나오지 않는다. 친박이 ‘반기문 띄우기’에 나섰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때 이른 자서전 출간 때, 해외 자원개발 비리 조사 때, 청와대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반대 표명 때 ‘잠재됐던 계파 갈등의 분출’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한때는 새누리당도 계파 갈등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기점으로 갈라선 친이, 친박의 갈등은 거의 전쟁 수준이었다. 2008년 총선거 때의 ‘공천 학살’,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은 친이, 친박이 주고받은 공격과 반격의 결정판이었다. 2012년 총선거 때는 친박이 사실상 공천을 독점하면서 분당 위기설까지 나왔다. 이때 친박과 비박이 갈라섰다면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당시 위기의 새누리당을 구하고, 지금의 위상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김무성 당 대표다. ‘친박의 좌장’에서 비박으로 전락한 김무성은 2012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을 택했다. 그해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를 총지휘하는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복귀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 후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다시 백의종군을 택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7월 당 대표가 된 그는 출마의 변으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를 내세웠다.
▷김무성 대표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를 향해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훈수했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김 대표가 과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부터 공언하는 것을 보면 진심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문재인 대표는 당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본 적이 없는 데다 여전히 친노의 수장(首長)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문재인은 수십 년 정치 역정의 진수가 담긴 김무성의 고언(苦言)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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