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오후 나란히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다. 국가보훈처와 시민단체들이 모인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18일 각각 기념식을 여는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전야제에 모습을 드러낸 것.
김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 주관의 전야제를 찾았지만 물세례를 당하는 등 격렬한 항의 끝에 30분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문 대표도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혁신기구’를 출범시키고 쇄신안을 내놓기로 하는 등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광주 민심은 싸늘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 쇄신안 약속했지만…싸늘한 광주 민심
“아야 너거들은 뭐여, 뭣하러 왔냐.”
광주 거리를 행진하던 문 대표를 향해 70대 남성은 이렇게 소리쳤다. 친노(친노무현)계와 호남을 주축으로 한 비노(비노무현)계의 갈등으로 불편해진 광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듯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6시경 광주 남구 중앙로 광주공원에서 광주 등 호남 의원 및 원내대표단 20여 명과 함께 전야제 장소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새누리당 2중대는 각성하라” “문재인은 사퇴하라” “호남을 더이상 팔아먹지 말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행진을 막아섰다. 문 대표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전야제 자리를 지키다 오후 8시 20분경 숙소로 향했다.
이날 문 대표는 박지원 의원을 포함해 박주선 의원 등 광주 전남 의원들을 만났지만 어색한 인사만 나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날 개별적으로 전남 진도 팽목항을 거쳐 전야제에 참석하며 ‘나 홀로’ 행보를 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18일에도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전북 출신의 유성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공학적 술수로 자파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친노’의 가면을 벗어라”며 “나는 친노 대신 노무현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부르겠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주승용 등 광주 전남 의원들은 18일 5·18 행사 직후 문 대표를 배제한 채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문 대표와 친노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광주에 공들였지만 물세례 받은 김무성
김무성 대표도 이날 오후 7시 10분경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 김학용 비서실장, 주영순 국회의원 등과 함께 5·18전야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주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무대 앞쪽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일부 흥분한 시민이 김 대표에게 물병 등을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행사 주최 측은 무대방송을 통해 “시민은 앉고 김무성은 나가라. 계속 앉아있으면 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반복했고 행사장 앞쪽에서는 ‘나가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김 대표는 쫓겨나듯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김 대표는 18일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를 예정이다.
한편 올해도 국가보훈처는 정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불허하고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이 노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제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보훈단체의 지적에 따라 제창이 금지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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