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서 총리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빛고을 광주에서 뜨겁게 타오른 5·18민주화운동은 우리의 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우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며 민주·정의·인권의 5·18정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헌정질서 파괴와 민주화 역행에 분연히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희생과 용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 있는 역사이고 자산이다. 당시 고교생들이 어느덧 중년이 됐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희생자 가족과 광주시민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끔찍한 기억이 생생하고 5월이 되면 상처가 욱신거릴 것이다.
기념식은 대체로 평온함 속에 진행됐지만 5·18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물병 공격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패배 책임지라”는 야유를 받고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뜬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당 대표로선 처음 전야제에 참석해 5·18정신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김 대표의 의미 있는 시도를 일부 참석자가 폭력적 언행으로 방해한 것도 ‘광주 정신’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며 김 대표의 퇴장을 요구한 행위가 과연 다수 광주시민의 뜻을 대변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쓰는 것은 5·18정신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
TV로 지켜본 국민 가운데는 대체 언제까지 이런 갈등을 되풀이할 것인지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새누리당 김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어제 기념식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문 대표는 태극기를 흔들며, 김 대표는 선 채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광주 정신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국민 공동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부를 것인지가 계속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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