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0일 문재인 대표의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혁신기구’ 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했다. 문 대표는 재차 안 대표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안 의원은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서울대 조국 교수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 조 교수의 ‘친노(친노무현) 성향’을 문제 삼고 있어 혁신기구 위원장을 놓고 당이 또다시 갈등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 安 “혁신위원장 고사” vs 文 “한 번 더 기회를”
안 의원은 20일 오전 11시 30분경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문 대표와의 긴급회동에서 ‘위원장직을 고사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잠시 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어제 위원장직을 제안 받고 ‘내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거절한 이유는 혁신기구를 만들더라도 인적 쇄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문 대표를 왜 살려주느냐”는 주변 인사들의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의원에게 재차 ‘SOS(도움 요청)’를 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내가 맡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 혁신위원장 후보에 조국 교수 거론… 비노 반발
문 대표는 안 대표가 끝까지 고사할 경우 ‘조국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장으로 거론됐다. 당시 최고위원들은 “당내 인사가 낫고, 조 교수는 친노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이 있어 안 의원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안 의원의 고사로 다시 조 교수가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9일 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조 교수는 “‘도와드릴 수 있지만 (위원장은) 안 의원이 하시는 게 맞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을 혁신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건 위원장을 누구로 선임하느냐가 아니라 당 내부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 교수가 언급됐다. “안 의원이 끝까지 고사하면 대안이 있느냐”는 문 대표의 질문에 누구도 선뜻 답하지 못했던 것. 최고위원들은 안 의원을 다시 한 번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한 참석자는 “친노 진영이 조 교수를 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고위원들이 적잖이 주저했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비노 진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노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를 내려놓으라고 했더니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친위대를 들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19일 회동에서 안 의원이 거절하자 ‘그래도 맡아 달라’며 재차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며 “그 대신 문 대표는 ‘그럼 누구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안 의원은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 가운데 조 교수 등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문 대표가 일찌감치 조 교수를 염두에 두고 형식적으로 안 의원을 만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비노 진영의 김한길 의원은 14일 유출된 문 대표의 미공개 성명과 관련해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문 대표의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나만 옳다, 우리만 옳다’는 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패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같이 얘기하자’고 하면 얼마든 얘기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난번 글(미공개 성명서)에서 ‘패권정치는 없다’고 적은 것을 보니 얘기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자꾸 (비노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당 대표 만큼, 친노 같은 기득권이 어디 있느냐”며 “계파적 문제로 모든 걸 풀려고 하지 말고 계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안철수 박원순 등) 대권 주자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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