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촬영지로 유명해진 두바이는 뜨거운 사막지대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었다. 두바이는 석유 고갈 이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부르즈 칼리파’라는 세계 최고층 빌딩(828m)을 짓고 HSBC 골드만삭스 등 국제금융기관과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다국적 기업의 진출 무대가 되는 등 짧은 시간에 놀라운 변화를 ‘기적’처럼 일구어냈다.
두바이가 죽음의 땅 위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냈듯 미-일-중-러에 둘러싸여 북한과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평화라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원국 가입 관련 외교적 갈등,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미중 간 대립에 더해 미국이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우호적 자세를 내비쳐 외교전에서 전략적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한국이 외교적 난관을 극복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출발점으로 개성에 유엔 평화학교 추진을 제안한다.
개성공단에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을 투입하고 우리의 전력 용수 등을 제공해 남북 모두에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고 있는 것처럼 개성공단 근처에 북한은 토지를 제공하고 남한은 건물을 짓고 유엔이 직접 관리권을 행사하는 유엔 부속기관(Tier 1)인 유엔 평화학교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 유엔 평화학교를 초등 5, 6학년 대상 방학 체험학습 위주로 운영하되 오프라 윈프리의 리더십 교육 과정, 빌 게이츠의 정보기술(IT) 교육 과정, 넬슨 만델라를 기리는 지도자 양성 과정 등을 도입하는 구상도 해볼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세대인 남북한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념 및 정치사상에서 벗어나 평화와 갈등 해소 등에 대한 단기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란-이라크 등 세계 곳곳 갈등 지역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교육하고, 중-일-러의 어린이도 초청해 남북 어린이와 함께 어울려 화해와 평화를 논하는 ‘글로벌 유엔 평화학교’로 발전시키는 것도 건의한다. 유엔 기구인 유엔 평화학교는 두바이가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바꾼 것처럼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평화통일을 앞당길 소프트 파워를 갖게 해줄 것이다.
지금 인천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교육포럼(WEF) 참석을 위해 약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무산됐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엔 평화학교를 논의한 뒤 내년 12월 사무총장 임기 종료 이전 대외적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북한에 이 구상에 동참하도록 제의하면 어떨까?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 재임을 기념하는 유엔 평화학교가 개성에 설립되는 것은 꿈만은 아니다. 통일이 되면 개성 유엔 평화학교도 금강산도 우리 미래세대의 공유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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