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前 독일총리 “노동개혁, 정권 잃을 각오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한경연 대담
“노사합의 안될땐 정부가 주도해야… 국가 위한 일 하는게 진짜 리더십”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1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자신이 총리 시절 펼친 강력한 노동개혁 정책 ‘어젠다 201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1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자신이 총리 시절 펼친 강력한 노동개혁 정책 ‘어젠다 201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1일 “노동 개혁에 성공하려면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잃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대담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 노동 개혁 문제에 대해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또 “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 추상적 단계에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표심을 잃더라도 필요한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재임 기간 1998∼2005년)는 1990년대 중반부터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이 지속되며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독일을 ‘어젠다 2010’이라는 강력한 개혁 정책을 통해 제2의 경제 부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젠다 2010의 핵심은 노사 합의를 통하지 않고 밀어붙인 ‘하르츠 개혁’이다. 당시 폴크스바겐 이사였던 페터 하르츠 박사가 위원장을 맡은 ‘하르츠위원회’를 통해 도출한 개혁안에는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창출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개혁안을 시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조와 연금 생활자의 반발을 사 2005년 선거에서 기독교민주당(CDU)에 패배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부터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2005년 11.7%였던 실업률이 올해 초에는 4.7%까지 내려갔다. 사민당이 추진한 개혁의 혜택을 정치적 경쟁자인 현 집권당(기민당)이 보고 있는 셈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은 재선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안 초안을 만든 주인공인 하르츠 박사도 이날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선 당사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정책을 정하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참석했다. 대담 중간에 먼저 나간 문 대표와 달리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 대표는 “슈뢰더 전 총리는 직업과 정당에 앞서 국가를 생각하라는, 올바른 정치인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도 (하르츠 개혁처럼) 정권을 잃을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독일의 탄탄한 중소기업 생태계와 연정을 통해 나타나는 초당적 신뢰가 부럽다”며 김 대표와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황태호 taeho@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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