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뜻과 거리 먼 ‘사회적 합의기구’ 함부로 만들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3일 00시 00분


어제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였던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 예정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사회적 기구는 여야 의원 각 2명씩 4명,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외부 전문가 8명, 공무원 4명, 공무원노조 4명이었던 공무원연금 국민대타협기구와 유사하게 구성하되 공무원을 2명으로 줄이고 국민연금공단 측 2명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연금 합의안이 ‘맹탕 개혁’으로 낙착된 데는 공익보다 이해당사자들 이익만 챙긴 국민대타협기구 탓이 적지 않다. 이 기구는 활동시한 내 결과물을 내지 못했는데도 운영규칙에도 없는 ‘실무기구’를 만들어 국민은 쏙 뺀 채 공무원들끼리 개혁안을 합의해 버렸다. 그제 한국재정학회와 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해관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희생은 최소화하고 현상은 유지하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해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기본방향이 정해지면 그 이후에 이해관계자들이 이야기하면서 입법 과정에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새로 만들겠다는 공적연금 관련 사회적 기구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연금공단 측을 포함시킨다고는 하나 ‘신의 직장’에 근무하는 이들이 연금보험료 인상에 보통 국민들처럼 민감하게 반응할지 의문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온갖 특혜를 누리다가 정작 골치 아픈 일은 대타협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적 기구에 떠맡기는 것부터가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최근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개혁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협약의 모델로 꼽히는 아일랜드의 국가경제사회위원회에서도 합의 내용이 그대로 입법화되진 않는다. 하물며 국민이 뽑지도 않고 의사를 위임하지도 않은 사회적 기구가 멋대로 국민 삶을 좌지우지하는 횡포를 계속하게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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