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 서열 1위인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해군 참모총장 시절, 북한 잠수함 대비용 최신형 해상작전헬기 도입 과정에서 조작된 시험평가 결과를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1조3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A사 ‘와일드캣(AW-159)’의 시험평가를 조작한 전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 등 전현직 해군 장교 6명을 구속하면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들은 와일드캣의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은 2012년 소형 훈련용 경비행기로 대체 시험했고, 와일드캣도 군의 작전 요구 성능에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133개 평가 항목을 모두 충족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군이 내년까지 들여오겠다는 차기 해상작전헬기가 바로 영국제 와일드캣이다. 북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의 46용사가 목숨을 잃은 뒤 도입이 추진된 것인데, 들여와 봤자 북의 공격에 무용지물일 테니 통탄할 이적(利敵)행위가 아닐 수 없다. 최 의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시험평가 조작 지시나 묵인이 있었다면 충격적인 일이고, 대한민국 군의 수치다. 몰랐다고 해도 감독 부실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합참의장이 의혹의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다.
눈만 뜨면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에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해군은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하다. 1월 정옥근 전 총장에 이어 3월 황기철 전 총장도 통영함 납품 비리로 구속됐다. 통영함은 천안함 폭침 이후 침몰 함정을 구조하고 탐색하기 위해 건조했지만 불량 음파탐지기를 장착해 세월호 침몰 때 투입하지 못했다. 황 전 총장은 결재만 했을 뿐 실무자 책임이라며 발뺌했지만 결국 시험평가서 위조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가 드러났다. 최 의장까지 비슷한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으니 이순신 장군이 지하에서 통곡할 판이다.
어제 국방부는 안보환경 변화와 군 복지 증진을 위해 현재 344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향후 5년간 연평균 7%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국방비,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 행복을 지키는 원동력’ 자료를 내놨다. 국방비를 늘리면 또 어떤 엄청난 방산비리가 빚어질지 세금 내는 국민은 겁이 더럭 난다. 정호섭 해군 총장조차 “도둑놈” “천덕꾸러기”로 불리는 참담한 상황을 개탄했지만 ‘해군 해체’ 수준의 개혁 없이 군의 부정부패 비리 척결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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