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합참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포정치’에 동요하는 군부를 달래고,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의 잇단 대남 협박에 이은 해안포 사격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대남 압박용 엄포로만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 제재 움직임과 한국 정부의 5·24 조치 해제 불가 방침을 대남 군사모험주의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특히 북한이 13, 14일 연이어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실시한 야간포격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NLL 이북의 특정지점을 겨냥해 해안포 190여 발을 일제히 쏟아붓는 ‘일제타격’을 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때와 같은 수법의 포격 훈련을 야간에 실시한 것이다.
군이 서북도서의 기습포격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두는 이유다. 국방부 관계자는 “야간에는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한 틈을 노리고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을 감행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야간포격은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군의 대응 과정에도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가능성도 군은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에도 NLL 인근에 500여 발의 포격훈련을 실시하고 한 달 뒤 아군 함정을 겨냥한 포격을 감행했다. 최근 북한이 서남전선사령부 명의로 남한 쾌속정(고속정)이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면서 ‘예고 없는 조준타격’을 협박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0월처럼 대북전단(삐라)을 향한 고사총 사격도 유력한 도발 시나리오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전방지역에 고사총 부대를 전진 배치했고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대북전단의 격파 위협을 거듭한 점을 군은 간과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사정포로 임진각 등 대북 전단 살포지역을 기습 포격해 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서해 우도나 소청도와 같은 서북도서 중 방어가 취약한 섬을 무력 강점하는 시나리오에도 대비 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의 서해상 도발 위협이 고조되자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은 글로벌호크와 정찰위성 등 대북 감시자산을 증강 배치해 NLL과 휴전선 인근 북한 포병진지를 밀착 감시하고 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대북 국지도발대비계획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수립된 이 계획은 서북도서의 기습 포격과 무력 강점 등 30여 개 북한 국지도발 상황과 대응에 필요한 가용전력의 동원계획과 운용 절차를 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과거 일정한 패턴으로 도발과 화해전략을 구사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달리 김정은은 더 즉각적이고 호전적인 기질이라 언제든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