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당이 될 수도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안 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박기춘 의원(국토교통위원장·사진)은 31일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어려운) 똑같은 사안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이 최근 선진화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개정 논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가운데 야당에서도 개정 목소리가 처음 나온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내에선 선진화법에 대해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지만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의 폐해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고 있지만 박 의원은 야당이 이득만 본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같은 인사문제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며 “많은 국민이 반대하면 의원 130명이 (본회의장 점거 등) 몸으로라도 막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향후 진통이 예상되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서도 “의장이 직권상정하면 다수당이 일방통행해도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예산안 자동 부의’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시간을 끌며 버티면 야당이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선진화법은 12월 1일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하면서 예산안 협상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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