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계파 갈등]
“文대표 성장론 추상적” 직격탄… 친노 과거 정책 열거하며 비판
黨일각 “전적으로 개인의견” 반박… 복지정책 등 싸고 노선투쟁 조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보편적 복지 재검토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이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당의 기존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당의 기존 주도권은 친노(친노무현)가 행사해왔다. 그래서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친노, 비노 진영의 노선 전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2일 경기 양평군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진행된 의원 워크숍 자료집에서 “야당은 지속적으로 중도화(중도주의, 우클릭 등)를 지향해 왔으나 이 전략은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간층이 원하는 민생개혁의 비전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진정한 중원 장악과 총선·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가 주장한 ‘선별적 복지’는 지난해 새정치연합이 출범하면서 새롭게 강령에 추가됐다. 당시 ‘보편적 복지’를 내세웠던 민주당 강령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의 주장에 따라 ‘보편과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한다’는 내용으로 보완된 것이다. 친노 대신 비노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내건 소득 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론에 대해서도 “추구해야 할 방향이지만 너무 추상적이어서 국민에게 익숙하지도 않고 와 닿지도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친노 진영의 좌장이다. 이 때문에 ‘친노-비노’ 지도부의 불안한 동거체제가 파열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이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대표적인 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주도한 한미 FTA를 그 적자(嫡子)인 친노 지도부가 폐기하자고 나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오락가락한 정책도 지적했다. 당내에선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지만 친노 진영이 반대했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거론됐다.
당내 일각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3일 “(이 문제를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메르스 파문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 이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 역시 “이 원내대표의 주장은 당과 전혀 상의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노 진영에서는 “당이 나아갈 방향을 위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친노 진영에서는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친노 중진 의원은 “이 문제에 할 말이 없다”며 불쾌해했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기조발제문은 원내대표실 실무자들이 기초작업을 진행했지만 총괄은 이 원내대표가 직접 했다”며 “이 원내대표가 평소 갖고 있던 신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에서 이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고집한 것처럼 개인의 소신을 불쑥 꺼내 관철하는 형태가 반복된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원내대표는 3일 무상보육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관련 내용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라며 “앞으로 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워크숍 발언이 ‘노선 투쟁의 전주곡’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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