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상서 통편집된 北 현영철…‘선별 삭제’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7일 15시 09분


북한 매체가 4월 말 숙청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모습을 최근까지 방영한 과거 영상에남기고 새로 제작 방영한 영상에선 삭제했다. 선별적으로 삭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6일 조선중앙TV가 내보낸 모란봉악단 노래 ‘영광을 드리자 위대한 우리 당에’의 화면에는 현 부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전한 2012년 10월 29일 보도 화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화면에는 손을 흔드는 김정은 뒤에서 박수를 치거나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경례하는 현 부장의 모습이 나온다. 이 화면은 제작 이후 2년 반 동안 수차례 반복 방영된 것으로 현영철 숙청 뒤에도 그의 기록은 삭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선중앙TV는 현 부장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던 4월 30일 이후에도 그가 김정은과 함께 등장하는 기록영화 등을 2일까지 그대로 방영했다.

그러나 조선중앙TV가 4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에서는 현 부장이 처형되기 전 김정은과 마지막으로 활동한 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4월 24~25일) 행사가 통째로 지워졌다.

이 대회는 김정은이 직접 주재하고 연설한 북한의 주요 행사였지만 처형된 현 부장의 흔적 없애기 차원에서 ‘통편집’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현 부장이 나온다는 이유로 김정은의 중요한 활동이 기록영화에서 전부 삭제된 것은 현영철 숙청설이 사실임을 방증하는 자료라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영상에서 선별적으로만 삭제된 ‘현영철 기록’을 두고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앞으로 내보내는 영상 등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삭제작업이 몇 달에 걸쳐 이뤄지는 경우도 과거 김정일 시대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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