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유환]국회법 개정안 법적 구속력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김유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법제연구원장
김유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법제연구원장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이 개정되고 난 후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서 이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혼란스러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거론되고 있으며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적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일어난 근본적 이유는 입법과정에 있다.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여야 협상만으로 입법안의 내용을 결정하기에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컸다. 그러나 이제 사태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파장이 너무 크다. 모두가 납득할 더 지혜로운 방법이 없을까? 헌법합치적 법해석에 그러한 길이 있다고 본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총리 장관 등에게 입법권을 위임할 수 있다. 이때 국회는 자신의 입법권의 연장선상에서 그러한 위임입법에 통제권을 가진다. 그래서 개정안에서는 위임한 취지에 벗어나는 위임입법이 이루어진 때에는 그를 수정·변경하도록 요구할 권한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은 수정·변경 요구는 법적 구속력이 있어서 요구가 있을 때 반드시 대통령 등이 그에 따라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들은 이 정도의 위임입법 통제권을 국회가 가지는 것은 다른 나라의 예에 비추어 보아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다른 일단의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규정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한다. 다만, 이러한 위헌론은 국회 상임위의 수정·변경 요구권이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위헌론을 제기하는 법제처장도 수정·변경 요구의 법적 구속력이 부인된다면 위헌이라 하기 어려움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런데 헌법의 권력구조의 틀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비추어 수정·변경 요구가 구속력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구속력 있는 위임입법의 통제권은 그 본질이 입법권이므로 헌법상의 입법기관인 국회에 있지 국회 내부기관인 상임위에 있지 않다. 외국의 행정입법 통제권의 사례를 보아도 그 권한이 국회 전체나 양원 중 하나에 있지 상임위에 통제권을 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회 상임위가 헌법기관인 대통령이나 총리, 각부 장관 등에 구속력 있는 행정입법 통제권을 가진다고 해석하면 상임위가 입법권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고 그것은 헌법에 위반된 해석이 된다.

둘째로,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입법권에 대해서도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갖추었다. 국회 입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임위의 수정·변경 요구가 구속력이 있다면 그것은 실질적으로 입법권의 행사이므로 그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체계 아래서는 이 경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정·변경 요구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국회 입법권 행사를 인정하는 셈이 되어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위반된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의 체계상 개정안의 수정·변경 요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그러니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을 위헌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다. 결국 개정안은 국회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입법 통제를 강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정치권은 개정안을 둘러싼 다툼을 그만두고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에 의거해 수정·변경 요구의 법적 효력을 확인해야 한다. 여야가 어떠한 해석을 하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는 상임위의 수정·변경 요구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해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유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법제연구원장
#국회법#개정안#구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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