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여러 기구를 만들기는 했지만 유기적인 협조가 되지 않다 보니 메르스 대응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국무총리 자리가 비어 있어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것이다. 통할(統轄)의 사전적 의미는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이지만 대통령제에서 총리가 내각을 실질적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헌법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에 출석하고,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읽는 것을 주 임무로 했던 총리들도 종종 있었다. ‘의전총리’ ‘대독총리’라는 말이 생긴 이유다.
그런데 국가적 비상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총리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총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할보다는 ‘조정’이다. 총리를 보좌하는 조직은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로 나뉘어 있는데,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이 다른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업무를 조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총리가 없다고 해서 정부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고 컨트롤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메르스 대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 최경환 총리대행 겸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있다. 하지만 모두 제 역할을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금도 메르스의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8일 “대통령이 내각과 정부를 통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냐’란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최경환 총리대행이 뒤늦게 컨트롤타워로 나서는 모양새이지만 메르스를 초기에 진압할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총리라는 막중한 업무를 겸하고 있어 메르스를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황우여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 역할을 했을 뿐 사회부총리로서 보건복지부 등 사회관계부처와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총리가 있었으면 정부가 메르스에 잘 대처했을까.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눈에 지금처럼 어수선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고 취임하면 그때부터라도 정부 조직을 다잡아 정교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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