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방위사업청 개청 이전에는 대형 비리가 많이 있었다면 개청 이후에는 생계형 비리가 많다고 본다”고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답변했다. 한 장관은 “2006년 1월 방사청 출범 후 10년간 방산 비리 사건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생계형 비리’의 뜻을 묻는 질문에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생계형”이라고 말했지만 부적절한 표현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방산 비리는 지위의 고하, 수뢰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국방부 장관이 이렇게 해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하기 어렵다.
방산 비리에 대한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육해공군과 방사청에서 무기와 장비 도입을 둘러싼 비리들이 광범위하게 밝혀졌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STX로부터 7억7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런 거액의 뇌물도 생계형이란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 비리 사건에서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끝없이 불거지는 비리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1993년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을 하면서 발생한 비리인 율곡비리에서는 전직 국방부 장관 2명과 전 공군 참모총장, 전 해군 참모총장 등이 대거 연루됐다. 방사청 개청 후에는 대규모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 장관의 판단인 듯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비리만으로도 국민의 실망이 크다. 국방부는 방사청이 독립한 이후에도 방산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조직은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개편하고, 비리에 물든 사람은 과감히 바꾸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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