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로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볼테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1770년 2월 르 리슈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의 글을 혐오하지만 당신이 계속 집필할 수 있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겠다”고 썼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서구에서도 혐오 발언 규제를 놓고 논란이 무성하다.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자유주의 정신은 ‘내가 싫어하는 다른 의견을 법의 이름으로 억압하지 말자’는 것이 요체다. 조롱하고 비웃고 희화화할 수 있는 권리는 표현의 자유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선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법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혐오 발언을 할 자유도 있어야 하며 법이 아닌 여론의 심판으로 제재하면 된다는 주장이 맞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 ‘수꼴’ ‘홍어’ ‘과메기’ 등 이념 및 지역 차별 혐오 발언을 제재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에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찬반(贊反)이 엇갈렸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진보 보수 양쪽의 막말을 추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감정이나 종북몰이를 이용해 선거를 치르려고 해선 안 된다”는 말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속셈이 읽힌다.
▷유럽에선 유대인을 악마화해 대량 학살의 참극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불관용을 관용해선 안 된다’는 정신에서 혐오 발언을 규제한다. 야당이 인종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규제하기 위해 보편성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모를까 ‘혐오 발언 금지법’을 만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도가 지나친 혐오 발언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잇단 막말 파문으로 몸살을 앓는 야당이 이런 법을 추진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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