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을 통해 레임덕은 없다는 신호를 청와대에 보냈다. 국회법이랑 바꾸자는 건가?”
18일 @jae_********님은 황교안 총리 인준안 가결 직후 이런 트윗을 올렸다. 국회법 시행령 거부권 행사와 황교안 총리 인준을 맞바꿀 수 있다는 항간의 여론을 반영한 글이다. 국회법을 언급한 문서 가운데 가장 많은 리트윗을 기록한 글은 @jhoh*****님의 글로 약 750회 퍼져 나갔다.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국회가 겁낼 필요 없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면 찬성표 던진 211명 의원이 재의결하면 된다. 청와대의 입김으로 입장을 바꾸는 의원이 생기면 그들의 명단을 공개하여 총선 때 국민이 낙선시키면 된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 대부분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쏠려 있지만 18일 가결된 황교안 총리 인준과 청와대에 송부된 이른바 ‘정의화 중재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이야기도 그 나름대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1∼18일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국회법’ 또는 ‘거부권’을 언급한 문서는 1만7256건이 검색됐다. 트위터가 1만5639건이었고 블로그가 306건, 커뮤니티가 37건, 뉴스가 1274건이었다. 다른 이슈들에 비해 뉴스 언급량이 트위터 언급량의 10%에 이를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 같은 수치는 언론들이 국회법을 둘러싼 당청 갈등과 정치적 파장을 가치 있게 생각한 반면에 누리꾼들은 국회법 개정안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참고로 같은 기간 메르스의 트위터 언급량은 79만1970건이었고 뉴스 언급량은 3만3752건으로 트위터 대비 뉴스 비율이 4.3% 정도였다.
국회법 거부권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0위엔 메르스가 올랐다. 사실 메르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이슈의 연관어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만큼 메르스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뜻이다. 한 누리꾼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를 연기한 게 메르스 때문인가, 국회법 개정안 때문인가. 고집, 대단. 국회법 개정안에 집착하는 건 삼권분립 때문인가, 세월호 시행령 때문인가”라고 물으며 메르스에 대한 부실한 대응과 비교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비교하기도 했다.
전체 연관어 1위는 9258건의 박 대통령이 차지했다. 국회법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이 거부권임을 보여준다. 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03건으로 9위에 올라 이번 사건이 당청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회법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의 친박-비박 대결은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친박 의원은 공공연하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한다. 원래 거부권은 국회가 ‘여소야대’로 형성됐을 때 행사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절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이 쟁점이 됐다. 그만큼 여당의 부담이 크다.
2, 3, 4위는 국회 청와대 거부권이 나란히 차지했다. 5위에는 4067건을 기록한 황교안 총리가 올랐다. 맨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황교안 총리 인준을 여야가 합의해 표결 처리한 것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약속에 따른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6위에는 중재안을 마련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올랐고 7, 8위는 국민과 정부가 차지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전형적인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의회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대통령 중심제를 골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제도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거부권 행사만 70번 넘게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메르스 사태의 한복판에 있다. 국회법을 둘러싼 지나친 갈등은 국민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고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다.
청와대는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대변인이 단칼에 폄훼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거부권을 행사하든, 하지 않든 의회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국익에도 민주주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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