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천영우]북한 SLBM 위협에 대처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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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개발 최종목표인 SLBM… 성공 땐 핵미사일보다 위협적
SLBM 무력화 최고 방책은 모든 잠수함 이동 밀착감시
수중서 도발 원천봉쇄하는 것
크고 비싼 잠수함 몇 척보다 충분한 숫자 확보가 더 효과적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이 지난달 8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을 했다는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진위와 방책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SLBM이 북한에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가지며 기존 위협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진정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한미연합군의 선제공격에도 살아남는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2차 공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 경량화하고, 핵미사일을 사전탐지가 어려운 곳에 은닉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해도 지상에 배치된 핵무기는 대부분 사용하기 전에 제거되고, 요행히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요격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억지력으로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핵무기를 가장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곳이 바닷속이다. 감시정보자산을 총동원해도 실제 바닷속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수상이나 공중에선 탐지, 추적하기 어렵고 미사일 방어망도 후방에 침투해 발사하는 SLBM에는 취약하다.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SLBM이라면 평균 10명의 사상자도 내기 어려우므로 군함이나 상선을 일거에 격침시킬 수 있는 어뢰보다 위험할 것은 없다. 그러나 핵 SLBM으로 무장한 잠수함이 우리 미사일 방어망의 사각지대까지 침투할 능력을 갖출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이 핵 SLBM을 잠수함에 배치하기까지 아직 갈 길은 멀다. 핵탄두를 2000t급 잠수함이 싣고 다닐 수 있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바닷속에서 이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릴 때 발생하는 반동과 부력변동을 감당할 기술도 몇 차례 실험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1955년 스커드A를 토대로 한 SLBM을 개발한 이후에도 수중에서 발사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데 8년이 더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 난관이 많더라도 핵 SLBM을 반드시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와 집념을 꺾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생존성이 보장되는 SLBM은 북한 핵개발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SLBM 개발에 앞서 바지선이나 고정된 해저 구조물에서 발사하는 기술이라도 익힌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상의 핵미사일보다 큰 위협이 된다.

국방부는 북의 SLBM 위협이 현실화할 상황에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하고 이를 무력화할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응전략에 대한 담론이 해상초계기 증강론부터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주장까지 난무하지만, 북 잠수함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책은 기지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밀착 감시하는 것이다. 더 크고 비싼 잠수함보다는 모든 북한 잠수함을 따라다니는 데 충분한 숫자의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은 잠수함 보유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성능에선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낙후돼 있다.

우리 해군은 2004년 환태평양연합훈련(림팩)에서 209급(1200t) 잠수함으로 세계 최강의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전단의 엄중한 경계를 뚫고 공격하는 능력을 입증했고, 지금은 2주일간의 잠항 능력과 50일간 작전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 성능의 214급(1800t) 디젤 잠수함도 5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214급 잠수함만으로도 북한 잠수함을 추적 제압하는 데 능력이 차고 넘치는데 2020년부터는 척당 1조 원이 소요되는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최고 성능의 잠수함을 갖고도 용도에 맞게 공세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수세적 방어적으로 운용하는 군 지휘부의 안일한 자세에 있다. SLBM을 탑재할 북한 잠수함을 한 척도 놓치지 않고 미행하면서 수중에서 원천봉쇄하는 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아무리 성능 좋은 잠수함도 소용이 없다.

크고 비싼 잠수함에 집착한 나머지 더 많은 잠수함을 확보할 기회를 놓치는 것도 문제다. 해군은 한정된 획득예산으로 척당 1조 원이 들어갈 장보고-Ⅲ급을 도입하는 것과 그 예산으로 5000억 원짜리 214급 잠수함 두 척을 건조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북 잠수함 위협에 대처하는 데 유리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잠수함 개발과 같은 과대망상을 경계하고,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전력증강 효과를 거둘 실용적 선택을 하는 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SLBM#핵 억지력#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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