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의원은 근소한 차로 주승용 의원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뽑혔다. ‘당 대포(大砲)’를 자임하며 선명성을 과시한 것이 주효했다. 그는 1989년 주한 미국대사관저 점거 사건을 주도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운동권 출신으로 ‘거친 입’ 때문에 여러 차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그가 갓 취임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박정희 이승만 대통령 묘역 참배를 ‘히틀러 참배’와 ‘일왕 참배’에 비유했을 때 주 최고위원은 “당 대포를 자임하더니 첫 대포를 우리 당에 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그때 섭섭한 감정을 품었던 것일까. 정 의원은 지난달 8일 4·29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고심하던 주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 공갈’이 더 큰 문제”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의 막말은 주 의원의 사퇴로 이어져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당 윤리심판원이 그에게 ‘당직 정지 1년’ 처분을 내리자 정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를 원장으로 초빙해 새로 출범한 당 윤리심판원은 어제 정 의원의 징계 수위를 ‘당직 정지 6개월’로 낮췄다. 총선이 내년 4월에 있기 때문에 당직 정지 1년과 6개월은 천양지차다. 공천 심사 전에 최고위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된 정 의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안 원장은 노무현 정권 때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윤리심판원에 친노 성향 인사가 너무 많다는 당내 불만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막말 정치인’에게 공천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 의원의 솜방망이 징계를 보면 막말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은 ‘가재는 게 편’이라고 정 의원 징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는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았지만 막말 파동으로 당에 피해를 주고 낙선했다. 정치인의 막말은 도를 넘으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베고 소속 당에도 치명타를 안긴다. 튀는 발언으로 뜬 김용민의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