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돌아와요 여의도에?… 院外 거물들 슬슬 워밍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7일 03시 00분


2016년 4·13 총선, 옛 별들 복귀무대 될까

《 내년 4·13 총선은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격이다. 여야 정치권은 벌써부터 총선체제 전환을 서두르며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피치 못할 이유로 정치 일선에서 잠시 떠나 있는 여야 거물급 원외(院外) 인사들에게도 20대 총선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이다. 선수(選數) 하나를 보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총선에서 당선되면 국회 복귀를 통해 본격적으로 당내 대선 경쟁을 펼칠 수 있겠지만 자칫 낙마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도 크다. 그래서 출마지역 선정에서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 마련이 시급한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의원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가운데 지난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 등의 행보가 주목된다. 》
  
여권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잠룡’들로서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총선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며 화려하게 정계 복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여권에서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전략공천이 없었다.

김문수 ‘대구 수성갑’ 출마 선언

우선 김 전 지사가 표밭갈이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가 출사표를 낸 대구 수성갑은 이미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탄탄하게 지역 기반을 다져온 곳이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갑은 현재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지만 이 의원은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된 곳이기도 하다.

김 전 지사의 대구 수성갑 출마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표 응집력이 강한 ‘대구·경북’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어야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 출마가 차기 대선의 교두보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나 지낸 그가 한 석이 아쉬운 수도권에 출마하지 않고 여당의 지역 기반이 강한 대구에 출마하는 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의 행보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 전 지사는 “대구 지역 의원들이 대안이 없어서 (나에게 출마를) 요청한 것”이라며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지역에서) 세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 출마 지역 ‘갑론을박’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어느 지역에 출사표를 낼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17대 의원을 지낸 오 전 시장은 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개표 기준(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못 미쳐 투표함도 열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바 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서울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된 토양을 마련해줬고, 안 원장의 양보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결국 야권에서 두 명의 대선 주자가 더 만들어지게 됐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오 전 시장이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맞붙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이자 오 전 시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 출마 등도 언급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 지역도 거론된다. 현재 종로는 5선의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다.

하지만 종로는 3선 의원 출신인 박진 전 의원도 복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지역구다. 박 전 의원은 “나는 종로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뼈를 묻을 사람”이라며 “오 전 시장에게 ‘종로는 지나가는 정거장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통화에서 출마 지역구를 묻는 질문에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지역에 나가겠다”며 “아직 확정적으로 지역구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따르겠다”면서도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 나가겠다”고 했다.

정몽준 “현재로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울 종로 출마설이 나온다. 현재 정 전 대표는 종로구 평창동에 거주하고 있고, 종로에는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도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일단 출마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정 전 대표는 통화에서 “요즘 아내와 새벽예배를 하며 26년 국회의원 생활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것을 매일 반성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내년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도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회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면 출마를 할 것”이라면서도 “내가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를 떠났지만 여러 현안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본다면 마음에서 정치가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거취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상태인 만큼 당의 강력한 요청이 있을 경우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총선 때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권유로 5선을 지낸 울산 동구 대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권영세-안경률 ‘권토중래’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이 지역에서 2002년부터 내리 3선을 했지만 2012년 총선 때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에게 패하고 국회를 떠났다.

권 전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서울은 전체적으로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내가 (4선 도전에) 실패한 곳이기 때문에 재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의 출마도 관심사다. 당 안팎에서는 서울 양천갑과 경기 의왕-과천, 경기 광명 지역 등이 출마 지역으로 거론된다. 조 전 의원은 출마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정무수석과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경력과 대중 인지도도 높은 편이어서 총선 차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경률 전 의원도 부산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3선 의원을 지냈으나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안 전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상근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일대를 돌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냈던 임태희 전 의원도 자신이 3선을 지낸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에 공들이고 있다고 한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정진석 전 의원은 충남 공주에서 뛰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과 3선 의원을 지낸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도 경북 안동 출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권에서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총선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또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과 지난해 6·4 인천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새정치연합 소속 송영길 전 시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손학규 측 “단 한 번의 기회 살려야”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낙선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있는 손 전 고문이 총선 출마설에 휘말린 것은 새정치연합 내부 상황과 관련 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뒤 벌어진 당의 극심한 분열상과 문재인 대표에게서 이반하는 흉흉한 호남 민심이 손 전 고문으로 하여금 정계 은퇴를 번복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침 이달 초 손 전 고문의 ‘정치 곰팡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정계 복귀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손 전 고문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고 정치를 다시 하라고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정치 욕심이 간혹 곰팡이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어렵다고 해서 내가 정치를 다시 한다면 ‘(약속을 번복하는) 저게 정치냐’고 손가락질을 당할까 봐 그게 무섭다”고도 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당의 대안을 손 전 고문에게서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치 복귀에 신경을 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손 전 고문 측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강조한다.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은 “주변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있어 (출마의) 개연성은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본인은 아무런 (정치 재개의)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김유정 전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대변인처럼 출마에 반대하는 측근도 다수다. 김 전 대변인은 “(손 전 고문) 본인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당에서 ‘더이상 대안이 없다’고 할 때, 계파가 아닌 국민이 원할 때 (대선후보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한 번의 기회를 당선 여부도 불투명한 총선에서 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손 전 고문은 정치 재개와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한 측근은 “평소에 하던 활동도 (총선 출마설이 나오자) 안 하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에 서울에 올라와 은사 몇 분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는 강진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동영 “힘없는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정치”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서 3위로 떨어진 정 전 고문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이다. 정 전 고문은 재·보선 패배 직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출마할 생각이 없다. 당분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정 전 고문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 전 고문은 인터뷰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있어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 정치”라면서 “나의 정치가 그런 것이라면 계속한다”고 말했다. 정치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호남에서 민심을 잃어가는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 전 고문이 고향인 전북에서 재기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출마한다면 자신이 초·재선을 지냈고, 2009년 무소속으로도 당선된 전주 덕진이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고향 같은 지역구 유권자들이 정 전 고문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전북 지역 한 언론은 ‘정 전 고문의 측근이 전주에 사무실을 냈다’는 보도를 했다. 밑바닥에서 벌써부터 움직인다는 얘기다.

송영길, 다시 인천으로

지난해 7월 1일 중국 칭화대 연수를 간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다음 달 1일 귀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할 예정이다. 송 전 시장 주변에서는 총선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송 전 시장 스스로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송 전 시장을 도와 인천시 대변인을 지낸 새정치연합 허종식 인천 남구갑 지역위원장은 “송 전 시장이 정치 재개를 하려면 총선에서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대권 플랜은 잠시 보류한 상태다. 2017년 대선을 위해서도 총선 승리가 관건이라는 취지다. 허 위원장은 “강화나 중-동-옹진을 제외하고는 인천 어디에 나가도 이길 수 있다”며 “인구상한선에 걸려 총선에서 인천의 선거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김진표 전 의원도 전 지역구였던 수원 영통의 분구 가능성에 대비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고성호 sungho@donga.com·강경석·민동용 기자
#4·13 총선#여의도#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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