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만 하는 정치권/朴대통령 여야 비판 이후]
비서실장도 몰랐던 朴대통령 ‘격정 발언’
배신 등 거친 단어 여과없이 쏟아내… 후속대응 준비못한 靑, 침묵모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격정 발언’은 정치권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위헌 시비가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예정돼 있었지만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콕 찍어 사퇴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 ‘구태 정치’ ‘국민 심판’ ‘저의’ 등 상당히 거친 단어를 쏟아내면서 그동안 정치권에 쌓인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만 남았다” 등 개인적 소회도 여러 대목에 담았다. 대통령의 ‘말씀자료’가 만들어지는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다듬었다는 얘기다.
통상 박 대통령의 공식 축사나 인사말 등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작성한다.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언급하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의 모두발언은 수석실별로 현안 메시지를 올리면 정책조정수석실에서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취사선택은 대통령의 몫이다.
25일 국무회의 발언 중 거부권 행사 이유는 법적 절차를 총괄하는 법무비서관실 등에서 초안을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언의 대부분을 차지한 정치권 비판 대목은 사전에 누구와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사전 회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여과 장치 없이 거친 발언이 쏟아져 나온 이유다.
결국 정국을 뒤흔드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청와대 내부에서 파장과 후속대책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출구전략’도 없이 ‘말 폭탄’부터 날린 셈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특별한 움직임 없이 침묵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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