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에서 싸우다 북한군의 포로가 된 뒤 수십 년 만에 백발이 돼 조국에 돌아온 용사들은 단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소….”
1953년 6·25전쟁 중 포로가 된 뒤 2000년 탈출한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장(85)은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25전쟁 6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대접했지만 국군포로의 자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 사회 전체의 무관심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유 회장의 마음은 점점 답답해지고 있다. 사단법인 물망초 등이 최근 국군포로를 억류한 책임을 물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지만 국군포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이 여전하다는 생각에서다. “아오지 탄광 지하에서 핍박을 견디며 조국이 부르기만을 수십 년 기다렸소. 그런 우리를 마치 조국에 오기 싫어한 이들로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22일 스위스 제네바의 ICC를 찾아 제소장을 제출하고 돌아온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28일 “제소장을 받으러 나온 ICC 검찰부 팀장이 국군포로의 현실에 대해 1시간을 들어주며 큰 관심을 표했다. 한국 사람들은 국제사회가 인권 차원에서 국군포로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도 “대한민국 어디에도 국군포로를 기억하고 추모할 위령탑 하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겠다는 책임’을 강조합니다. 국군포로에 대한 무관심은 해외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오늘날에도 적군에게 잡힌 병사를 어떻게 구출할지에 대한 우리의 철학이 없다는 걸 말해줍니다.”
호국 보훈의 달, 아이들과 함께 6·25전쟁의 ‘잊혀진 영웅’인 국군포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지난해 4월 물망초가 국군포로를 주제로 펴낸 가족동화책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등도 얘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소재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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