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서울서 또 만난 한미 북핵협상대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은, 核-경제 병진노선 가속화… 김일성의 對南모험 따라할 우려”

한국과 미국의 북한 핵문제 담당 수장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만났다. 지난달 27일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 이후 한 달 만이다.

겉으로만 보면 성 김 대표는 통일부가 주최하는 토론회 참석차 방한했고 한국에 온 김에 카운터파트인 황 본부장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주변에서는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북한이 다음 행보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미 대북정책 담당자가 협의해야 할 필요성과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외모도 비슷한 데 이어 대내외 정책까지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이 2013년 3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경제·핵건설 병진노선’은 김일성이 196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국방 병진노선’의 판박이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핵·경제 병진노선은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은 오히려 “병진만이 살 길”이라며 외곬으로 치닫고 있다. 그 끝이 도발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일성은 1960년대 중국-소련 분쟁으로 사회주의권이 분열됐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을 공식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갔다. 김정은이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으로 중국과 불화를 겪고 있는 지금과 유사하다.

또 김일성은 1966년 10월 제2차 당대표자회를 열고 자신의 독재노선에 반기를 들었던 세력을 대량 숙청함으로써 자신의 정책적 과오를 은폐하려 했다. 김정은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군부에 대한 숙청으로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우려되는 대목은 김정은이 할아버지의 대남 도발 모험주의까지도 따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병진노선→주변국 불화→내부 숙청을 단행한 김일성은 1968년을 기해 대대적인 군사 도발 행위를 강행했다. 1·21 청와대 기습 사건,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등이 모두 이때 벌어졌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를 꽉 막은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도발밖에 없다고 판단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서울#한미#북핵협상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