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수습보다 ‘劉 엄호’ 매달린 비박… 해법과 대안 제시하는 정치력 갖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불통정치 끝내야/與지도부·비박]다수파의 역량 필요한 비박
“공천권 집착” 일각 비판 경청을

“이전에 수습할 수가 있었을 텐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정국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세(勢) 겨루기를 벌였던 비박(비박근혜)계 한 재선 의원은 8일 “(당내 갈등이) 너무 나가버렸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 유 원내대표를 옹호하며 성명서를 낸 비박 성향 재선 그룹에 속한 그는 “사퇴 여부에 상관없이 당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결국 그 후과(後果)는 국정 마비 상황이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당 안팎에서는 비박계도 당내 갈등을 증폭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명분으로는 의회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결국 당내 갈등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로 흘러가면서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것. 사실 친박계의 총공세에도 유 원내대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느새 당내 다수 세력이 된 비박계의 엄호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비박계가 당 지도부와 다른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것보다는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데 있다는 지적이다. 원내대표 사퇴 문제는 정치적으로 당 내부협의를 통해 물밑에서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공개적으로 집단행동을 보이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는 것이다.

비박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친이(친이명박)계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대응논리를 펼쳤다. 2011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일하는 게 국회의원과 장관이 할 일”이라고 했던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 7일 “의총에서의 재신임까지 뒤엎고 청와대 지시에 충실한다고 하면 최고위원회는 더이상 존재할 이유도 존재 가치도 없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논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비박계 의원들이 사생결단식으로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했던 것은 결국 내년 4월 공천권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의 총궐기 목표가 결국 총선을 진두지휘할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중심이 된 비박 지도체제의 붕괴라고 판단해 유 원내대표 지키기에 ‘다걸기’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박계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과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한 차원 높은 지향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향후 정치적 활동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비박#친박#새누리당#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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