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여당에서 선출한 원내대표를 나가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 미국은 대통령이 야당도 불러서 설득하는데 우린 왜 그걸 못하냐.”(정두언 의원)
“정치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불명예가 아니다.”(서청원 최고위원)
8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 50분까지 국회 본청 246호에서 4시간 가까이 계속된 새누리당 의원총회.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진행한 이날 의총에는 160명의 당 소속 의원 중 120명이 참석했고 자유발언 사전 신청자만 30명에 이르렀다.
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앞줄 왼쪽)와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혼란의 문제는 유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 모두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은 분열된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이날 의원총회에서 결론 낼 것을 강조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당 지도부의 의견이 모아졌고 이날 의총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 대다수는 “표 대결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표결이 갈리면 당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과거 노동법 파동으로 원내총무직을 사퇴했던 일을 언급하며 “정치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 학살을 통해) ‘친박’을 만든 사람이 전 정권에 계셨던 분(친이명박계)들 아니냐. 그러나 우리는 전 정권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어제는 과거다. 다 잊자”고 덧붙였다.
대통령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논의 당시엔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당내 의원들에게 설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에게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을 못한다고 괄시받고, 청와대에선 역할이 많지 않다. 이번 과정에서 ‘자가 격리’돼 있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공무원연금법특위 간사였던 조원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한 일에 대해 잘잘못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분란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친박계 초선 의원인 강석훈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1580만 표의 지지를 얻어 출발한 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상당 부분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 정부와 노선이 너무 달라 함께 갈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찬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했던 당내 재선그룹의 김용태 의원은 “대충 ‘우∼’ 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서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가 몸담았던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으로 유 원내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종훈 의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라서 표결을 해야 한다”며 “표결도 안 하는 건 군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친박계 초선 의원인 함진규 의원이 “‘식구’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황영철 의원이 맞서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번 의총에서 수평적 당청 관계와 소통에 소극적인 청와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주지 못하면 국민은 우리를 혁신이 아닌 구태 정당으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도 “박 대통령이 당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누가 원내대표가 된들 당청 관계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식 의원은 당 지도부뿐 아니라 정무특보인 김재원, 윤상현 의원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인 이정현 의원을 가리켜 “당청 관계 회복과 당내 화합 복원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고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3시간 50분에 걸쳐 총 33명의 자유발언이 끝난 뒤 김무성 대표는 의총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의원회관의 사무실에 있던 유 원내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예상했다는 듯 수용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