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조상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려는 후손들이 1만4400km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선다.
외교부와 코레일 공동 주최로 14일부터 운행하는 특별 열차인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와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 등이 참가한다. 이날 부산과 전남 목포, 서울에서 발대식을 갖고 시작하는 친선특급은 러시아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에 이르는 19박 20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후손들은 15일 항일 독립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방문하는 등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아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1907년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준 열사는 이상설 이위종 선생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다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했다. 당시 이 열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보름간 이동했다. 이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0)는 12일 “친선특급 출발일은 이 열사의 순국 108주년 추도식이 열리는 날”이라며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의 위기 상황에서 좁고, 어두운 열차를 타고 헤이그로 향한 외증조할아버지의 심경을 느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해주 지역에는 이 열사와 함께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됐으나 사양한 최재형 선생의 고택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6촌 손녀 안현민 씨(22)도 친선특급 열차에 오른다. 어린 시절부터 안 의사의 활약상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는 그는 “안 의사가 활동한 땅을 직접 밟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안 의사는 연해주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안 씨는 “친선특급 참가자는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사절단의 임무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작은 역할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북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안 씨는 행사 중 진행되는 공연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부를 예정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가슴에 붙은 일장기 탓에 고개 숙여야 했던 고 손기정 선생. 친선특급에 참가하는 손 선생의 외손자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48)은 “손 선생은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 이는 ‘세계를 향한 도전과 승리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손 선생은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객실에서 나와 철도 부근을 달리며 컨디션 조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베를린 주경기장에 종목별 우승자의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는데, 손기정의 국적은 일본으로 돼 있다. 광복 70주년인 만큼 국적으로 표기된 ‘JAPAN(일본)’ 옆에 괄호를 치고 ‘KOREAN(한국인)’이라는 단어를 넣어 달라고 독일올림픽위원회에 요청할 것이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