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메르스-가뭄 추경만”… 與 “반쪽 추경으론 효과도 반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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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8000억 추경안 싸고 신경전

《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가운데 당초 예정됐던 예산을 집행하는 데 돈이 부족해 보충하려는 추경 부분(5조6000억 원)의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지 않을 경우 추경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반기에 재정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재정절벽’도 불가피해진다. 》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이 추경을 정부 원안대로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추경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일부 추경사업이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세수 보완 안 되면 추경효과 반감


정부는 1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5조6000억 원을 덜 걷힌 세수를 메우는 용도로 설정했다. 2015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보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수출 부진이 지속돼 당초보다 5조 원 이상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5조3000억 원가량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반쪽 추경’으로는 효과도 반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세입 결손으로 재정 지출에 차질을 빚으면 경기부양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가뭄과 무관한 추경예산은 용납할 수 없다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정책을 전환하거나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입 부족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설명하지 않으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잘못된 세수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먼저 사과하고 제대로 된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추경에 협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일단 세수 부족이 4년 연속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매년 장밋빛으로 세수를 전망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일단 세수 부족을 메우지 않으면 추경효과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하반기(7∼12월)에도 정상적인 재정 지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는 “세수 부족이 메워지지 않으면 본예산에서 잡아 놓은 사업들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예산이 없어 사업을 못할 경우 하반기에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0조9000억 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해 그만큼의 재정사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경기가 하락해 세수가 줄어들었지만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지 못했다. 그 결과 4분기(10∼12월)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까지 내려앉았다.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 보강을 위해 46조 원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금융 보증 및 융자 지원 형태로 이뤄져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는 데 시차가 있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 추경사업 4건 중 1건꼴로 ‘문제’

추경사업의 적절성을 두고도 정부와 국회, 여야 간에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안을 분석한 결과 145개의 추경 지출사업 중 36개(25%)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세출추경 예산의 67%에 해당한다. 추경안의 재원 대부분(9조6000억 원)이 국채를 발행해 메우는 것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6개 사업에서 발견된 45건의 문제점 중 16건은 ‘연내 집행 가능성 부족’이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의 중요한 요건으로 ‘연내 집행 가능성’을 꼽지만 빠른 시일 내에 집행될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에 포함된 항바이러스제 구매(555억 원)는 실제로는 2016년에 필요한 약품이지만 이번 추경안에 포함됐다.

사업 계획이나 사전 절차 이행이 미흡한 사업도 16건이나 됐다. 감염병 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사업에 1447억 원이 반영됐으나 구체적 지원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실제 수요와 보건소 구급차 보유 현황 등도 고려되지 않았다. 3건의 사업은 기존 사업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확대돼 실질적인 사업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복 지원 가능성이 커 철저한 집행 관리가 필요한 사업도 10건이나 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세수 부족을 야기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겠지만 세입경정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경기부양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추경으로 새롭게 지출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제대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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