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대 1 경쟁률 뚫고 ‘친선특급’ 동행하는 국민 참가단의 포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유라시아 친선특급’ 20일간 대장정]
디자이너 권진순씨 “통일소망 편지로 대형 태극기 제작”
소설가 김호경씨 “할아버지 세대에 보답하는 글 쓸것”
전소현씨 “한-러 가교역할 하고싶어”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몸을 실은 국민 참가단의 포부는 남달랐다. 이들은 14일 발대식에서 “재능을 살려 ‘민간 외교 사절’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공연 관계자, 언어 특기자 등으로 구성된 국민 참가단은 친선특급 기착지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알리기 행사에서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대한민국의 염원을 담은 태극기


유명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 씨(56·여)는 친선특급 열차 안에서 대형 태극기를 만든다. 그가 만든 태극기는 31일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리는 ‘통일기원 행진’에 사용된다. 권 씨는 “국민 참가단, 고려인, 외국인 모두를 상대로 작은 천에 소망 편지를 써 달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망편지들을 이어 붙여 태극기를 제작한다. 권 씨는 “통일 기원 등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훌륭한 태극기가 탄생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극기는 친선특급이 종료된 뒤에는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광복 70주년 행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백제시대 의상 등을 준비한 권 씨는 재외동포들에게 이를 입혀 줄 계획이다. 프랑스 등에서 한복 패션쇼를 개최했던 권 씨는 “통일기원 행진 때는 내가 직접 한복을 입고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친선특급의 희로애락을 담은 장편소설

친선특급을 통해 만나게 될 재외동포, 연해주에 위치한 독립운동의 흔적들, 장시간 정차하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참가자들….

20일간 친선특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영화 ‘국제시장’과 ‘명량’을 소설로 옮긴 김호경 작가(53)가 구상 중인 장편소설의 소재다. 김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유라시아 지역을 누비며 독립에 힘썼던 선조의 흔적과 이를 바라보는 젊은 참가자들의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소설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소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세대에 대한 찬사이자, 청년들을 위한 선물이다. 김 작가는 “국제시장은 우리를 위해 애썼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번에는 아버지들을 위해 애쓴 할아버지 세대에게 소설을 통해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는 유라시아를 무대로 살았던 인생 선배들의 삶을 알려주며 ‘열심히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외교관 꿈꾸는 러시아어 전공 여대생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안현수의 통역을 맡았던 전소현 씨(22·여·고려대 노어노문학과)는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의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 친선특급에 참가했다. 전 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행을 택했다. 최근 1년간 모스크바의 한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전 씨는 “친선특급의 러시아 구간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다. 내 러시아 생활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열차인 셈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20일 열차에서 생일을 맞는 그의 꿈은 외교관이다. 전 씨는 “러시아 사람이 차갑다는 편견도 있지만 함께 생활해 보면 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외교관이 돼 한국과 러시아가 좀 더 가까워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 씨는 20일에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열리는 한국·러시아 대학생 교류 행사에 참가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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