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를 위한 법? 경호기간 종신 연장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17시 04분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대통령경호실 경호를 종신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논란이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제공되는 경호실의 경호 기간을 종신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안에 따르면 최대 15년까지 경호실이 경호하고 이후에는 경찰이 맡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실 경호가 종신으로 전환된다. 반면 이미 경찰청 경호로 전환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배우자들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개정안 부칙에 이미 경찰 경호를 받고 있는 대상에게는 경호실의 종신경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법이 ‘이 여사만을 위한 경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나친 특권 문제뿐 아니라 다른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마저 생겨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2년 전 (박 의원이 제출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공방 끝에 (경호실 경호기간을) 5년 연장하는 것으로 절충했는데 다시 개정안이 제출돼 당황스럽다”고도 말했다. 이노근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론화 과정 없이 한 사람만을 위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조직을 키우기 위한 청탁입법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철래 의원은 “기득권 보호를 위한 내부적인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경호실 조직을 확대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박종준 경호실 차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정원은 불과 20~30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예산 차이가 크지 않고 전·현직 대통령은 경호실에서 맡고 다른 정부 요인은 경찰청에서 맡는 역할분담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도 “경호 체계를 효율적으로 일원화하는 문제지 특정인에게 특권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동의하지 않아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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