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수감 중·사진)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직원을 동원한 인터넷 불법 선거운동을 지시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판단을 유보했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에게 다소 유리한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전원 일치로 파기하고 핵심 증거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은 기각해 계속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1심 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었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 김모 씨 e메일 계정의 ‘내게 쓴 메일함’에서 첨부파일 형태로 발견된 텍스트파일 ‘425지논’과 ‘시큐리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425지논 파일에는 정치적 이슈별 논지가 날짜별로 정리돼 있고,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들 이름으로 추정되는 앞 두 글자와 트위터 계정 269개 등이 적혀 있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다.
대법원은 ‘두 파일이 업무상 작성해 온 문서라 작성자의 법정 진술 없이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