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계를 보면 현역병 판정자 중 대학 재학 이상은 22만1000여 명, 고졸은 10만1000여 명, 고퇴 5300여 명, 중졸 760명 등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현역병 판정자 중 6000여 명이 입대를 거부 받는 셈이다.
한국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면 국민으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군에 갈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고교 진학을 포기했거나 중퇴한 이들에게 학력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제한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인권존중 등에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일시적으로 자원이 남는다고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학력을 문제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제한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조정한 현행 현역 입대 기준을 10여 년 만에 또 바꾸는 것은 병무행정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법은 없었을까? 예를 들어 원래 기준인 ‘중졸 이상 1∼3급’ 현역 입대 기준은 그냥 두면서 개별적으로 학력, 시도별 자원 균형, 벽오지 근무 지원자를 신청 받아 일정 점수를 부여해 서열별로 입대 시기와 근무지를 결정하는 방법은 어떨까.
벽오지 근무 지원제는 GOP와 해·강안 등 근무를 기피하는 벽오지에 연고가 있는 자원을 지원 받아 배치하는 방안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힘들고 어려운 지역과 보직에, 연고가 있고 특별한 기능이 있는 자원을 복무하게 한다면 얼마나 전투력이 향상될 것인가. 국민도 자기 자식이 근처에서 자기 고장을 지킨다면 자부심과 안도감이 들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발상은 공무원들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형평성이라는 괴물 때문에 어렵겠지만 말이다.
현재 현역 입대율은 87% 정도이다. 인구 감소로 2022년이 되면 98%에 이를 것이라는 육군 병영문화혁신위의 발표를 본다면 자원 부족의 심각성은 충분히 예견된다. 현역 입대율이 98%에 이른다면 중졸이라고 현역 입대를 제한할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유연성과 효율성, 창의성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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